냉증은 단순히 손발이 차가운 증상으로만 여겨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몸의 열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거나 기혈(氣血)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손과 발, 아랫배처럼 몸의 말단이나 하복부가 쉽게 차가워지고, 겨울이 아니어도 추위를 심하게 타거나 따뜻한 곳에서도 몸이 좀처럼 데워지지 않는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몸의 양기(陽氣)가 약해지거나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나타나는 신호로 보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몸을 속부터 따뜻하게 덥히고 기혈(氣血)의 순환을 돕는 음식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음식의 성질을 따뜻한 성질(溫性·熱性)과 차가운 성질(寒性·冷性) 등으로 나누어 보는데, 단순히 뜨겁게 조리한 음식이 아니라 재료 자체가 지닌 따뜻한 기운을 활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표적으로 많이 권하는 재료가 생강(生薑)이다. 생강은 매운맛과 따뜻한 성질을 지닌 약재 겸 식재료로 위장을 덥히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몸속의 한기(寒氣)를 밖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냉하며 기온이 떨어질 때 몸이 더 무거워지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생강차를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주 마시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강을 얇게 썰어 은근히 달인 뒤 꿀이나 대추(大棗)를 더하면 위에 부담을 덜 주면서 속을 부드럽게 덥힐 수 있다.
마늘(蒜)과 파(蔥) 같은 향신 채소도 몸속 한기를 몰아내는 데 자주 활용된다. 이들은 매운맛과 온(溫)의 성질로 기의 흐름을 풀어 주고 말초 혈관을 확장해 손발 끝까지 따뜻한 혈이 잘 돌도록 돕는다고 본다. 몸이 차면서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비염이 반복되는 사람의 경우 찬 음식은 줄이고 따뜻하게 조리한 국이나 찌개에 마늘과 파를 충분히 넣어 먹는 것만으로도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녁 식사에 따뜻한 국물을 곁들이면 몸의 중심 온도가 서서히 유지되어 숙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추(韭菜)는 아랫배와 허리를 덥혀 주는 대표적인 따뜻한 채소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부추가 간(肝)과 신(腎)의 양기(陽氣)를 북돋우고 하초(下焦)를 따뜻하게 한다고 보아 손발이 차면서 허리와 무릎이 시린 사람이나 생리통과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에게도 자주 권해 왔다. 부추를 나물이나 부침개, 볶음 요리로 꾸준히 섭취하면 단기간의 보양식이라기보다 서서히 몸속 양기의 바탕을 보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열이 많고 얼굴이 쉽게 붉어지거나 소화기 열증이 있는 사람은 과량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쑥(艾葉) 역시 냉증 완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재료이다. 예로부터 뜸(灸)의 재료로 사용될 만큼 따뜻한 성질이 강하며 하복부와 다리의 한기를 몰아내는 데 쓰여 왔다. 차로 달여 마시거나 쑥떡, 쑥국 등으로 섭취하면 속이 차서 생리통이 심하거나 손발이 차고 소화가 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계절이 바뀌며 한기를 많이 느낄 때는 쑥과 생강, 대추를 함께 달인 차를 하루 한두 번 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이 서서히 덥혀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계피(桂皮)는 달면서도 뜨거운 성질을 지닌 향신 약재로 모세혈관을 넓혀 말단까지 혈액이 잘 돌도록 돕는다고 본다. 평소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유난히 차갑고 겨울철에 쉽게 시린 사람이라면 계피를 생강이나 대추와 함께 소량 넣어 부드럽게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다만, 심장이 약하거나 얼굴이 쉽게 붉어지고 상열감(上熱感)이 잦은 사람은 양을 줄이거나 전문가와 상담 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 밖에도 인삼(人蔘), 홍삼(紅蔘), 구기자(枸杞子), 대추, 참깨(胡麻) 등은 기와 혈을 보하고 전반적인 체온과 순환을 돕는 재료로 자주 언급된다. 다만, 이러한 보약성 식재료는 단순히 몸이 차다는 이유로 많이 먹기보다는 체질과 현재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냉증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식생활의 방향을 따뜻하게 바꾸는 것이다.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 빙수, 생야채 샐러드처럼 차고 날것 위주의 음식은 줄이고 밥과 국, 찌거나 볶는 따뜻한 조리법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와 과식하지 않는 습관 역시 비위(脾胃)의 부담을 줄여 몸속 따뜻한 기운이 잘 돌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냉증은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혈 순환과 양기(陽氣)의 부족, 비위와 신(腎)의 허약 등이 함께 작용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뜻한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면서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자주 움직이고 과로를 줄이며 충분히 쉬는 생활이 함께 이루어질 때 손발 끝까지 온기가 서서히 스며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몸을 덥히는 음식과 생활 습관이 조화를 이룰 때 냉증 역시 몸 전체의 균형과 순환을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