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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태원 그 골목, 가보셨습니까?

강서양천신문 권해솜 기자

기사입력 2022-11-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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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희생자의 모습. 사진 권해솜 기자

비현실적이고, 충격이었다. 2022년 10월의 마지막 주말은 악몽으로 기억됐다. 4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로 156명 사망, 191명 부상.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에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그런데 정부부터 기초단체장 할 것 없이 책임지지 않으려 발뺌부터 했다. 시민이, 외신이 비난의 강도를 높이니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등 떠밀려 하는 사과에 진심이 담겼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냥 사과는 사과일 뿐.

그사이 살아있는 시민들의 마음도 썩어들어 갔다. SNS를 볼 줄 안다면 블러(시청 화면을 잘 보이지 않게 가리는 편집 기술) 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의 이태원 참사 현장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일에 대해 분노하고 비통해했다. 속속 들려오는 그 날을 둘러싼 진실을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 타인의 마음도 힘든데 희생자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헤아릴 길이 없다.

최근까지 봐 온 ‘압사’ 혹은 ‘붕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개발도상국 발(發) 외신이었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너무나 눈에 익숙한 길목이 사고 현장이라는 걸 믿어야 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적어도 한 번쯤 지나쳤을 그 길, 걸어서가 아니면 차를 타고라도 말이다. 무심하게 스치듯 지나던 공간이 참사 현장으로 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싶겠지만, 돌이켜보면 그 일대는 늘 위험했다.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만나!’라고 하면 이태원 1번 출구 앞이었다. 친구를 만나 바로 사고 골목으로 진입을 할 수 있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은 늘 붐비니 2번 출구 쪽 뒷골목으로 걸어 올라가곤 했다. 처음 갔을 때는 그 비좁은 골목을 지나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이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빙판길이 됐고, 잘 녹지 않아 위태하게 걸어 다녀야만 했다. 경사도가 크지 않으니 쉽게 생각하고 걷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이태원 골목을 자주 찾지 않았더라도 긴 시간 동안 학습한 것이 있다. 위험하니 가지 말자. 길가에 사람이 많으면 다른 곳으로 우회하자.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빨리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 등등. 그 길을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피하는 길이라는 소리다. 
뒷골목을 걷다가 사고 골목이 보이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이번에도 그 길에 대해 웬만큼 아는 사람들은 “그곳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마 그 장소로 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희생자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핼러윈을 경험하고 싶은 사회 초년생, 외국인이 꽤 있었다.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장소였기에 조금이라도 상황을 안다면 위험해서 안 갔을 길이었다. 

이태원 골목은 단순히 생각했을 때 다른 지자체에서 부러워할 만하다. 지역마다 동네와 거리를 알리고 사람들이 찾는 명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로데오거리축제’나 ‘깨비놀이마당’ 등을 통해 지역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도 동네잔치 문턱을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 이태원이 지역축제를 하면 글로벌 행사로 보일 만큼 화려하다.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사랑하는 곳으로, 태국은 카오산로드, 한국은 이태원이라고 할 만큼 서울 속에서도 외국 여행객이 꼭 한 번은 방문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로 꼽혀왔다. 
사고 다음날인 10월 30일 새벽 5시, 이대목동병원 안으로 들어선 구급차량들은 응급의료센터가 아닌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진 권해솜 기자.

지역신문 기자 활동을 하다 보니 문득 이 지역 정치인은 도대체 뭘 했나 궁금했다. 지금까지 다른 동네가 조금씩이라도 바뀌고 발전하고 있었는데, 이태원은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어도 너무 없다.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난 거리는 아슬아슬 경사지고, 길 전체가 많이 낡았다. 구도시의 매력이라서 그대로 놓아둔 것인지, 그대로 두어도 돈벌이가 되니 도시 정화를 안 한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당선된 이후 동 주민센터 순회 보고 현장에서 받은 민원을 몇 달이 채 가지도 않아 해결한 바 있다. 구의회 의원들도 새벽 시간 동네 공원에 나가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민생 현안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한 조례를 제정해 구민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해주려 노력한다. 

2022년 7월1일부로 민선 8기와 제9대 구의회가 열렸으니 지역에 관한 관심이 차고 넘칠 때 아닌가. 이런 사고를 미리 막고, 해결하라고 지방자치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 시간 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지 의문투성이다. 사고가 나기 전 단 한 번이라도 그곳을 다녀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해서 남는다. 

사고를 둘러싼 해명 불가, 변명만이 난무했지만, 과거 핼러윈 주말이 당긴 영상과 사진 등이 보도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이 들통났다. BBC 보도만 보더라도 지난해 핼러윈은 코로나 상황이라 치더라도 눈에 띄게 경찰 배치가 돼 있었다. 그 골목은 아예 다니지 못하게 막아놨다. 

사고 초반 축제 주최자가 없으니 책임지지 않겠다는 이들의 정신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만이라도 따라서 했더라면…. 156명 희생자도 오늘을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태원 참사로 숨을 거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이태원역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권해솜 기자 (gsyc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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