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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5-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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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보철학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권선복 대표

기사입력 2021-12-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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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선 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
제2대, 4대 강서구의원

이탈리아 패션브랜드인 디젤(DIESEL)에서 재미있는 광고를 내놨다. ‘스마트? No! 바보가 돼라!’는 광고인데, 이 흥미로운 브랜드 광고에 바보 예찬이 들어 있었다.

바보가 돼라,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하라, 스마트한 이들에겐 뇌가 있지만 바보들에겐 배짱이 있고, 스마트한 이들에겐 계획이 있지만 바보들에겐 이야기가 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광고로, 이 광고를 선보인 디젤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바보는 모든 원초적이고 꾸밈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매우 정확한 단어다. 바보는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있으며, 아무리 위험해도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을 받아들인다.”
과연 스마트한 세상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전에 읽었던 차동엽 신부의 ‘바보 ZONE’의 내용이 오버랩되면서 바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공하려면 바보가 되라니,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역발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위 1%가 되길 원한다. 그러나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목을 매는 획일화된 세상에서, 바보처럼 꿈꾸고 상상하고 모험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키워드가 된다.

애플의 정신적 지주였던 스티브 잡스도 “Stay hungry, Stay foolish(계속 배고프고 계속 바보스러워라)”라는 말을 했다. 세계적 CEO인 그도 바보에 마음이 꽂힌 걸 보면 바보가 지닌 아이러니한 매력이 어지간히 컸나 보다.

나는 주변에서 바보를 꽤 많이 봐 온 편이다. 어릴 적 시골 동네에는 바보 형들이 많았는데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아 바보짓을 하고 다니는 이도 있었고, 워낙 사람이 좋아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듣던 이도 있었다. 또 나이가 들어 세상을 살펴보니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 중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한 사람도 있었고, 얼핏 보기엔 바보 같지만 실상은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좇다 보니 참 닮은 점이 많다. ‘어떻게 저리 매일 웃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웃음과 늘 함께했다. 웃음이 많다는 건 매사에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좋은 일이 있을 땐 좋아서 웃고, 나쁜 일이 있을 땐 기분 좋아지려고 웃고…. 언제나 웃고 있으니 엔도르핀이 생성될 수밖에.


바보 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힘은 대단하다. 상식을 뛰어넘는 역발상, 앞뒤 재지 않고 도전에 뛰어드는 열정, 때론 대범하고 때론 디테일한 삶의 자세, 자신의 것을 취하기보다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배려, 그리고 늘 웃을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 이 모든 장점은 스스로 바보가 되어야 얻을 수 있다. 긍정의 힘에 관한 모든 요소가 이 바보 철학에 요약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굴지의 기업인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역시 “머리가 좋으면 성공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바보처럼 철저히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도전하고 웃으면서 바보처럼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로 바보 철학에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 모두 스스로 바보가 되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보 같은 자신의 면면을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면, 뜻밖에도 그 힘이 우리를 블루오션의 세계로 안내해 줄 지 모른다. 생뚱맞고 바보스런 기질이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고, 늘 히죽거리며 웃는 바보스러움은 자신과 주변에 긍정적 에너지를 채워 주고, 매일 손해 보고 사는 것 같아도 그것이 곧 자신의 것을 나누는 기부가 되며, 스스로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어른이셨던 김수환 추기경은 스스로를 바보로 칭하신 대표적인 분이다. 삶에 대한 겸양 때문에 바보라 칭하셨겠지만, 바보 철학을 온몸으로도 실천하신 분이었다. 성직자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겸손하게 끝자리에 앉으셨고, 허허거리며 웃는 웃음으로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친구가 돼 주셨다.

또한,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의 현장에서조차 몸 사리는 일 없이 늘 솔선수범하셨다. 지금은 천국으로 소풍을 떠나셨지만 김 추기경의 바보 철학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역발상이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 기꺼이 바보가 되자. 바보가 됨으로써 얻게 되는 새로운 긍정적 에너지를 만끽해 보자. 더불어 내 주변의 바보들을 무시하지 말자.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니.

강서양천신문 (gsyc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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